
스마트폰 한 대에는 수천 개의 특허가 얽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강력한 지위를 갖는 것이 있는데, 바로 표준특허(SEP, Standard Essential Patent)입니다.
5G, Wi-Fi, 블루투스처럼 전 세계가 공통으로 쓰는 기술 규격에 포함된 특허를 말하죠.
표준 규격을 구현하려면 반드시 해당 특허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쟁사가 회피 설계를 하거나 대체 기술을 쓸 여지가 없습니다.
일반 특허와 달리 표준특허는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진입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강력한 지위 때문에 반대급부도 생겼습니다.
표준특허를 보유한 기업은 FRAND 조건 하에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됩니다.
표준특허 등록 요건이 무엇인지, FRAND 조건 의미가 실제로 어떤 것인지, 그리고 SEP 보유 기업과 피라이선스 기업 양쪽 모두 실무에서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이번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표준특허 등록 요건의 핵심은 해당 특허가 표준 규격에 필수적이어야(essential) 한다는 점입니다.
필수성이란, 표준 규격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해당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는 제품을 만들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ISO, IEC, ITU, ETSI 같은 표준화 기구(SSO)들은 기술 표준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회원사들에게 보유 특허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데요.
이 공개 절차가 바로 표준특허 선언 절차, 즉 IPR 선언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선언 자체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며, 기업은 특정 특허가 표준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면 FRAND 라이선스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합니다.
표준특허 선언 절차를 밟았다고 해서 그 특허가 자동으로 SEP로 인정되는 건 아닙니다.
표준화 기구는 선언된 특허가 실제로 필수적인지 여부를 원칙적으로 검증하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선언된 특허 중 진정한 표준특허의 비율이 낮다는 분석도 있고, 분쟁이 생기면 법원이나 특허청에서 개별 특허의 필수성을 다시 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준특허 등록 요건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표준특허를 전략적으로 확보하려는 기업이라면, 표준화 기구 활동에 참여해 규격 논의 초기 단계부터 자사 기술이 포함되도록 이끄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됩니다.
FRAND 조건 의미는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즉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라이선스 조건을 제공하라는 원칙입니다.
표준특허 보유자가 아무에게나 원하는 조건을 들이밀거나 특정 기업에만 FRAND 라이선스 조건 제공을 거부하면, 표준 기술을 사용하는 시장 전체가 뒤틀릴 수 있기 때문에 이 의무가 생겼습니다.
FRAND 조건은 법적으로 강제되는 가격 기준이 아니라 협상의 범위를 제한하는 원칙에 가깝습니다.
구체적인 로열티율은 당사자 간 협상으로 결정되고, 합의가 안 되면 법원이나 중재 기관이 FRAND 라이선스 조건에 부합하는 적정 조건을 판단합니다.
실무에서 FRAND 분쟁이 까다로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는 기준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표준특허 권자는 높은 로열티를 FRAND 조건 범위 안이라 주장하고 피라이선스 기업은 과도하다며 맞서는 구조가 반복되죠.
법원은 FRAND 로열티를 산정할 때 비교 라이선스 사례, 특허 포트폴리오의 필수성 비율, 표준 기술이 제품 가치에 기여하는 정도 등을 함께 고려합니다.
비차별(Non-Discriminatory) 조건도 중요합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황의 기업에게 서로 다른 조건을 제시하면 FRAND 조건 위반으로 문제가 될 수 있고요.
표준특허 권자 입장에서는 FRAND 라이선스 조건을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것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유리한 근거가 됩니다.
표준특허 침해 대응과 SEP 협상 전략은 일반 특허 분쟁과 흐름이 다릅니다.
표준특허 보유 기업이 라이선스 협상을 제안하면, 상대방이 이를 진지하게 수용하려는 의사를 보여야 FRAND 조건 의무 이행 여부 판단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유럽사법재판소(CJEU)는 2015년 화웨이 대 ZTE 판결에서 SEP 보유자가 침해금지 청구를 하기 전에 FRAND 라이선스 조건으로 먼저 제안해야 한다는 절차적 요건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피라이선스 기업이 SEP 협상 전략 없이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침해금지 청구를 허용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반대로 표준특허 보유자가 FRAND 협상을 거부하거나 과도한 조건을 고집하면, 경쟁 당국의 조사나 손해배상 제한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표준특허 침해 대응 시 실무에서 챙겨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SEP 협상 전략은 기업 규모와 시장 지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크로스 라이선스(교차 실시)를 제안할 수 있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협상력 차이는 상당합니다.
표준화 기구 활동 참여, 표준특허 등록 요건 충족, FRAND 라이선스 조건 관리는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표준특허는 기술 표준이 적용되는 산업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영역입니다.
통신,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장, IoT 기기 제조사라면 표준특허 등록 요건과 FRAND 조건 문제는 언젠가는 마주치게 됩니다.
표준특허 등록 요건은 단순히 특허를 등록하는 것과 다르고, FRAND 조건 의미는 그 이후의 협상 범위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SEP 보유자라면 표준특허 선언 절차와 FRAND 라이선스 조건의 일관성을, 피라이선스 기업이라면 필수성 검토와 협상 기록 관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
표준특허 분야는 국가별 판례가 빠르게 쌓이고 있고, 국내외 규제 환경도 변화하고 있는 만큼 최신 동향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SEP 협상 전략을 준비 중이거나 표준특허 침해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표준특허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와 함께 전략을 점검해 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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