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출원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기술, 이미 나온 거 아닌가요?"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출원 비용과 시간을 쏟아붓고 나서야 유사 특허가 이미 등록돼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상황이 실제로 빈번하기 때문이죠.
선행기술조사는 바로 그 리스크를 출원 전에 잡아내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조사를 키프리스(KIPRIS)에서 키워드 몇 개 넣어 검색해 보는 정도로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물론 그것도 출발점이 됩니다. 하지만 변리사가 실무에서 진행하는 조사는 검색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어떤 데이터베이스를 쓰는지, 어떤 기준으로 선행문헌을 추려내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출원 전략에 어떻게 연결하는지가 조사의 실질적인 가치를 결정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선행기술조사를 변리사가 실제로 어떤 기준과 절차로 진행하는지, 그리고 특허조회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전략에 연결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 핵심 요약
선행기술조사란 특허출원 전,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술이 이미 공개·등록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조사 결과는 단순히 "있다·없다"가 아니라, 청구항 범위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직접 연결되며, 이 판단이 출원 성패를 좌우합니다.
변리사는 국내 KIPRIS뿐 아니라 미국 USPTO, 유럽 Espacenet 등 복수의 데이터베이스를 교차 확인하며, 2026년 기준 해외 패밀리 특허까지 포함해 검토하는 것이 실무 기준입니다.
이 조사의 핵심은 '우리 기술이 특허로 성립할 수 있는 범위'를 먼저 정의하는 데 있습니다.
변리사가 조사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기술을 '구성 요소 단위'로 쪼개는 것입니다. 하나의 발명이라도 복수의 기술적 특징이 조합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체를 한 덩어리로 검색하면 유사 선행문헌을 놓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A라는 소재, B라는 구조, C라는 작동 방식이 결합된 발명이라면, ABC를 묶어서 검색하는 것과 A만, B만 별도로 검색하는 것은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검색 데이터베이스도 한 곳에 한정하지 않습니다.
국내 KIPRIS는 기본이고, 해외 출원이 예상되거나 경쟁사가 해외 거점을 둔 경우라면 미국 USPTO, 유럽 Espacenet, 일본 J-PlatPat, 국제출원을 포괄하는 WIPO의 PatentScope까지 범위를 넓힙니다.
국내에 없는 기술이 해외에 이미 공개된 문헌으로 존재한다면, 국내 특허 심사관도 그 문헌을 인용해 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허분류 코드(IPC, CPC)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기준입니다. 키워드 검색은 표현 방식에 따라 문헌을 빠뜨릴 수 있지만, 기술 분야를 코드로 범주화하면 키워드가 달라도 같은 기술 영역의 문헌을 포착할 수 있거든요.
추려진 선행문헌은 다음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이 분류가 이후 명세서 작성과 청구범위 설계 방향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근거가 됩니다.
기술조사는 "없다"를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라, "어디까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를 먼저 정의하는 작업입니다.
특허조회 결과를 받아 든 대표님이 가장 많이 하시는 실수는, 유사 특허가 하나라도 나오면 '못 받겠다'고 단정 짓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사 선행문헌이 존재하더라도 우리 발명이 그 문헌에 없는 구성을 하나 이상 포함하거나, 그 구성의 결합 방식이 다르다면 권리화할 여지가 충분히 있어요.
심사에서 중요한 두 가지 개념이 바로 신규성과 진보성입니다.
신규성은 선행문헌과 동일한 기술인지를 보는 것이고, 진보성은 선행문헌들을 조합했을 때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개념입니다.
심사 과정에서 거절이 나오는 경우 대부분은 신규성보다 진보성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조사 결과를 단순히 "있다·없다"로 읽으면 안 되고, 선행문헌이 우리 발명의 어느 구성을 얼마나 개시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비교해야 합니다.
아래 표는 특허조회 결과를 해석하는 실무 기준을 정리한 것입니다.
| 조사 결과 유형 | 의미 | 실무 대응 방향 |
|---|---|---|
| 구성 전체가 동일한 선행문헌 존재 | 신규성 부정 가능성 높음 | 차별 구성 발굴 또는 출원 범위 재설계 |
| 일부 구성이 복수 문헌에 분산 개시 | 진보성 판단 대상 | 결합 동기·효과 차별성 명세서에 명확히 기재 |
| 기술 분야 유사, 구성은 상이 | 권리화 가능성 높음 | 청구범위를 넓게 설계, 차별 포인트 강조 |
| 선행문헌 없음 | 신규성·진보성 유리 | 넓은 청구범위 설계, 빠른 출원 우선 |
한 가지 더 짚어드릴 점이 있습니다. 조회 시 출원 중인 문헌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허 출원 후 통상 18개월이 지나야 공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검색 시점에 등록·공개 상태가 아닌 출원 중 문헌도 나중에 권리로 확정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선원주의' 관점에서 우선일 기준으로 우리 출원보다 먼저 접수된 문헌이 있다면 리스크가 될 수 있어요.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해당 기술 분야의 심사 경향과 진보성 판단 기준에 대한 실무 경험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선행기술조사는 출원을 결정하는 판단 근거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출원할지를 설계하는 전략 도구이기도 합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출원 전략이 달라지는 경우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선행문헌이 없거나 매우 적은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청구범위를 최대한 넓게 설계하는 전략이 유리합니다. 독립청구항에 기술 핵심을 폭넓게 담고, 종속청구항으로 구체 구성을 여러 층위로 쌓아두면 이후 심사에서 일부 청구항이 거절되더라도 권리 범위를 지킬 여지가 생깁니다.
둘째, 일부 유사 선행문헌이 존재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우리 발명이 선행문헌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명세서 내 '발명의 효과' 및 '발명을 실시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 부분에 충분히 서술해야 합니다. 심사관이 진보성을 판단할 때 이 부분을 핵심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선행문헌과의 차별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 상황에서는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발명을 보완하거나 추가 실험·실시 예를 확보해 차별성을 강화한 뒤 출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기술보다 발전된 개량 포인트를 중심으로 출원 범위를 재설정하는 것입니다.
경쟁사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파악하는 것도 이 단계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경쟁사가 어느 기술 영역에서 어느 시점에 집중적으로 출원했는지를 보면, 우리가 아직 선점할 수 있는 공백 영역이 어디인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특허 공백(white space) 분석이라고 하는데,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제한된 예산으로 효과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특히 유용합니다.
선행기술조사는 '출원 여부 판단'에서 시작해, '어떤 기술을 어떤 범위로 어느 시점에 출원할지'까지 이어지는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키프리스(KIPRIS)를 통한 기본 검색은 직접 해볼 수 있고, 출원 전 간단한 사전 확인 용도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합니다. 다만 특허 명세서의 청구항은 일반 언어와 다르게 구성되기 때문에, 선행문헌이 우리 기술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변리사의 해석이 필요합니다. 특히 출원 전 최종 판단이나 심사 대응용 조사라면 전문가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조사 범위와 기술 복잡도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 단독 조사 기준으로 통상 3일~1주일 안팎이 소요되는 편입니다. 해외 데이터베이스까지 포함하거나 경쟁사 포트폴리오 분석을 함께 진행하면 2주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원 일정이 정해져 있다면 조사 시점을 미리 충분히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출원 가능성 검토와 '자유실시기술 조사(FTO 분석)'는 목적이 다릅니다. 전자는 우리 기술을 출원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고, FTO 분석은 타인의 등록 특허가 우리 제품 생산·판매에 걸리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두 조사를 함께 의뢰하면 출원 전략과 사업 리스크 판단을 동시에 챙길 수 있습니다.
선행기술조사는 출원의 준비 단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조사의 깊이와 해석 수준이 이후 명세서 품질과 등록 가능성을 상당 부분 결정합니다.
키워드 검색으로 결과가 없다고 나왔다고 해서 선행기술이 없다고 확신하는 건 위험합니다. 표현 방식이 다른 동일 기술, 해외 문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출원 중 문헌이 이후 등록 과정에서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충분히 있습니다.
반대로, 유사 문헌이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포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부분이 다르고, 그 차이가 특허 심사에서 진보성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026년 기준으로도 이 조사의 실무 중요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AI 기반 검색 도구가 늘어나면서 더 넓은 범위의 문헌 비교가 가능해졌고, 결과를 어떻게 읽고 전략에 연결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출원 전 기술 조사가 필요하시다면, 조사 결과 해석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변리사와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글 · 특허법인 테헤란 백상희 | 2026년 7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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